이 섬에는 가끔 해무가 짙게 깔린다.
어떤 날 아침에는 정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오늘 아침 풍경도 그랬다.
짙은 안개 너머에는 파라다이스(paradise)가 있다. 주인 아저씨 이름이 락원이라고 한다. 자신의 이름을 정말 잘 활용한 것 같다.
낙원(樂園)에는 화장실이 많다. 매우 아주 많다. 아주 깨끗하다. 심지어 좋은 향을 풍길 때가 많다.
누군가는 이곳을 수시로 청소를 한다. 아주 두꺼운 핸드타올은 떨어질 일이 없다.
그래서 내방 화장실은 거의 쓰지 않게 됐다. 덕분에 청소할 일도 함께 사라졌다.
엘리베이터는 타지 않고 계단을 오른다. 귀찮게 헬스장으로 가서 천국의 계단 따위를 오르는 일은 없다. 그런 기계는 돈내고 시간 들여서 하는 뻘짓처럼 느낀다.
1층은 너른 광장이다. 돔처럼 만든 실내 공간이다. 이른 시간에는 개미 새끼 하나 없어 조용하고 평화롭다.
광장과 연결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복도를 건너면
깔끔하고 세련된 호텔 복도가 나온다.
복도의 끝엔 거대한 호박 작품이 있다. 구사마 야요이 작품이다. 가격은 수십억이 족히 넘는 것 같다.
호박작품 바로 앞에는 소파와 테이블이 있다. 이것들도 가격을 가늠하기 어렵다. 아마도 주인 아저씨가 비싼 걸로 가져다 놓지 않았을까.
소파에 앉으면 대략 이런 풍경이다. 아주아주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거대한 호박이 놓여 있다. 호박 너머엔 중국인을 겨냥한 카지노가 성업 중이다.
거실처럼 사용하는 이 공간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대개 조식을 먹으러 가거나 체크 아웃을 하는 이들이다.
공간은 아주 고급스런 음악이 채운다. 전형적인 호텔 연주음악이다.
매일 아침을 이곳에서 시작한다.
주인 아저씨는 잘 오지도 않는 곳이다.
아마 내가 머무는 시간이 훨씬 길 것이다.
이곳에서 하루를 시작하면 더할 나위 없다 .
아무런 괴로움이나 고통이 없이 안락하게 살 수 있는 곳. 파라다이스는 멀리 있지 않다.